» 악어고기 맛이 얼마나 좋은데!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
재밌고 웃기는 여행책 소식에 배꼽 좀 잡으셨나요? 5면까지 오셨다면 아직 배꼽에 얹은 손 그대로 두시는 게 낫습니다. 요리사·블로거 등 7명이 지금까지 먹어봤던 가장 황당하고 재밌고 신기한 ‘괴식’ 체험담을 전합니다. 괴식이란 평범한 한국인의 입맛과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조리법이나 식재료로 만든 음식입니다. 그러나 일부러 버리려고 장난으로 만든 음식은 제외합니다. 진지하게 먹으려고 만들었거나 실제로 판매되는 음식입니다. 진지함 속에 웃음이 있는 거, 아시죠?
누구에겐 향수, 누구에겐 공포
|
||||||
4년 전인가, 직업이 요리사인지라 음식과 식재료를 구경하러 중국에 갔다. 베이징의 겨울은 추웠다. 언 손을 녹이려 한 식당에 들어갔다. 메뉴를 보다 생전 본 적이 없는 이름을 발견했다. 간자체로 적힌 메뉴를 읽을 수 없었지만 이름이 특이한 건 분명했다. 잠시 뒤 종업원이 음식을 날라왔다. 뚝배기 뚜껑을 열었다. 갈색빛이 도는 소스가 눈에 띄었다. 눈을 감고 먼저 풍미를 느꼈다. 음~. 한방 재료의 맛과 향이 가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말린버섯이 들어가 있었다. 소스와 야채 한가운데 꽁치를 썰어놓은 것처럼 토막 난 고기가 있었다. 젓가락으로 집어들었다. 소스를 약간 찍어 혀에 맛본 뒤 본격적으로 고기를 시식했다. 살코기를 맛보고 싶었는데 가시가 너무 많았다. 살도 별로 없고 맛도 없었다. 게다가 고기에서 역한 향이 나서 한입밖에 못 먹었다. ‘이번 도전은 실패군.’ 계산하면서 어떤 고기냐고 물었다. 답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코브라 고기입니다.” 종업원이 놀리는 줄 알고 다시 물었으나 종업원은 진지하게 뱀고기라고 다시 답했다. 일행 중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계산대에 선 주인은 빙긋 웃으며 “아무도 못 먹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주인 왈, 뱀 요리는 중국에서도 일반인들이 먹기보다 자양강장 등의 이유로 건강을 생각해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
||||||
지난해 11월 오랜만에 이탈리아를 다시 찾았다. 이탈리아 요리학교를 마치고 시칠리아의 한 레스토랑에서 ‘꼬미’(수습 요리사) 생활을 했다. 그때 함께 일했던 레스토랑 주인이자 요리 스승을 찾아갔다. 이 여행을 하면서 오랜만에 잊었던 ‘그 맛’을 떠올릴 수 있었다. 처음 먹어봤을 때의 그 강렬한 맛과 식감을 다시 만나자 ‘공포’에 휩싸였다. 11월에 시칠리아 사람들은 ‘파니노 콘 밀차’(Panino con milza)라는 걸 먹는다. 시칠리아의 유명한(실은 악명높은?) 지역 요리다. 밀차란 소의 내장을 말하는데, 상상력이 부족한 한국인에게 설명하자면 송아지 간과 염통을 넣은 샌드위치 정도 된다. 먼저, 송아지 간과 염통을 푹 삶는다. 삶은 간과 염통에 소금을 친다. 그 뒤 얇게 저며 빵 사이에 끼워 넣고 소금과 레몬즙을 듬뿍 쳐서 먹는다. 맛이 궁금하거들랑 당장 근처 분식집에서 순대를 일인분 사서 아주머니에게 간과 허파를 넉넉히 달라고 부탁하라. 집에 와서 순대는 빼고 간과 허파를 식빵에 끼워 한입 넣어보시기 바란다. (책임은 못 집니다.) 그러나 값이 2유로 정도로 저렴하고 의외로 시원한 맥주에 어울린다(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내겐 엽기 패스트푸드쯤으로 보였지만. 현지인들에겐 우리나라의 순대나 머릿고기처럼 향수 어린 음식이라고 한다.
글·사진 박찬일/레스토랑 ‘누이누이’ 주방장
걸레처럼 생겨도 맛은 좋아
|
||||||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의 초청으로 3년 전쯤 남아공을 방문했다. 처음 방문한 남아공은 볼 것이 많았다. 케이프타운은 좀 북적였지만 재밌었다. 둘쨋날인가 셋쨋날 저녁식사 때였다. 접시에 처음 보는 고기가 나왔다. 소스와 채소는 평범했다. 사실 모양이 평범해 별생각 없이 한입 베어 넣었다. 익숙한 맛이었다. 닭고기와 아구의 중간 맛 정도? (그만큼 담백했다.) 냄새도 전혀 없었다. 식사가 다 끝난 뒤 옆에 있던 남아공 수행원이 껄껄 웃으며 고기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답을 듣고 놀랐다. 내가 먹은 건 악어고기였다. 그 무시무시한 외모와 질긴 가죽과 달리 속살이 그토록 맛있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듣자 하니 악어고기는 남아공에서 아주 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희귀 음식도 아니라 몇몇 레스토랑에서 심심치 않게 선보인단다. 출장에서 돌아온 뒤 곧장 남아공 특선요리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러나 의욕은 넘쳤지만 실패했다. 악어고기는 통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쩝, 악어고기 맛이 얼마나 좋은데.
박효남/밀레니엄 서울 힐튼 상무
|
||||||
지난해 ‘로망’이던 이집트로 휴가여행을 갔다. 여행은 본래 떠나기 전에 가장 설레는 법이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밤마다 이집트 여행기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일정을 짰다. 당시 이집트 여행 블로그에 보면 다들 이집트의 주식이 걸레빵이라며, 이집트에서 걸레빵 먹은 기억밖엔 없다고 했다. ‘빵이 얼마나 너덜너덜하면 걸레빵일까’ 싶었다. 카이로공항에 내려 시내에 들어서자 왜 사람들이 ‘걸레빵’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노란색의 둥글넓적한 빵이다. 빵을 길가에서 팔 때 좌판이나 가로대에 걸레처럼 널어 놓아서 걸레빵이라고 하는 듯하다. 호기심에 빵장수에게 다가갔다. 값은 쌌다. 모양은 누추했다. 한입 먹었다. ‘어라! 의외로 고소하고 맛있는걸!’ 고소한 맛에 놀랐다. 그 뒤 날마다 서로 다른 빵장수에게 걸레빵을 사 먹었다. 물론 항상 맛있지는 않았다. 어떤 빵장수의 걸레빵은 정말 종이로 만들었는지 고리고리한 냄새에 탄내까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맛있는 걸레빵이 있으니 용서하기로 했다.
세상의 조리도구가 전자레인지 하나뿐이라면?
⊙ 정어리 통조림 샌드위치
2007년 11월 이맘때, 미 해군 의무병으로 이라크에서 근무한 뒤 돌아와 12월 말 전역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추수감사절 연휴 금요일 24시간 동안 당직 근무가 잡혔다는 소식이었다. 내 임무는 미혼 군인들이 사는 기숙사 경비.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기숙사 건물이 있는 부대 식당이 연휴 기간 문을 닫는다는 게 아닌가. 부대 쪽은 나처럼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옆 부대의 식당을 이용하라고 지시했다. 문제는 옆 부대가 차로 10분 거리에 있었고, 내겐 차가 없다는 것이었다. 연휴기간 굶을 위기에 처한 것! 연휴 전, 차를 가진 친구에게 부탁해 겨우 장을 봤다. 또다른 난관. 조리기구가 전자레인지뿐이라는 사실;;;. 전자레인지만으로 조리가 가능하고, 재료 손질이 필요 없는 음식을 해야 했다. 왼쪽 사진은 그때 만든 요리 가운데 하나인 회심의 정어리샌드위치. 미국 가게엔 정어리통조림이 많다. 한국의 야채참치처럼 올리브기름에 절인 정어리에 할라피뇨 고추를 다져 넣어서 파는 통조림도 있다. 통조림의 정어리를 바비큐 소스에 버무려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모닝롤을 잘라서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은 요리다. 아이디어는 터키 사람들이 먹는다는 고등어샌드위치에서 얻었다. 정어리 비린내가 심해서 바비큐소스, 간장, 와사비소스, 베르무트(포도주에 브랜디나 당분, 약초 등을 섞은 혼성주)를 섞은 소스에 정어리를 재웠다. …절망적인 맛이었다. 그러나 두부스팸피자(얇게 썬 두부에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치즈를 얹고 스팸을 얹은 뒤 치즈가 녹을 때까지 전자레인지로 익힌다), 게살죽(오른쪽 사진·게살통조림, 와사비맛 후리카케, 밥, 물, 마요네즈 한 숟가락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만들었다)은 굉장히 맛있어 위로가 됐다.
글·사진 이글루스 블로거 ‘단수’
|
||||||
|
||||||
나는 도쿄에 산다. 우리 동네에 후쿠로우(梟)란 이름의 라멘집이 있다. 돈코츠 전문 라멘 체인점이다. 600~700엔대 가격에 다른 라멘집의 1.3배의 양, 밥 한 공기가 공짜라 동네에서 꽤 인기있는 라멘 집이다. 저 정도로 서비스를 날리면 맛이 의심되기도 하겠지만 진국 돈코츠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집 가운데 하나다. (체인점이라 점포별로 차이는 있지만, 우리 동네 점포는 퀄리티가 높은 편이다.)그 라멘집에서 어느 날 신메뉴 광고를 보게 됐다.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름하여, ‘감자 미소 버터 라멘!!’ 이름만 들으면 ‘뭐냐! 이 괴이한 조합은?!?!?!?’이라고 할 만한 센스이지만, 업소 측은 나름대로 “홋카이도의 풍미를 가져왔다”며 자신하며 내건 메뉴다. 일단 색감의 조합은, 감자칩처럼 얇게 썰어 구운 감자가 있고 라멘 한가운데 떡하니 무언가 한 덩어리 들어가 있다. 이 라멘의 포인트인 버터! 가격도 이 집에서 거의 최고가인 680엔. 걸쭉한 돈코츠 국물에, 감자와 옥수수 콘, 맵게 양념한 면마, 콩나물, 파, 버터가 들어 있었다. 입안에 들어간 순간! ‘오오!!! 이…맛은?!??!’ 놀랐다. 돈코츠와 버터의 조합에 느끼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잘 어울리는 궁합에, 콘과 감자의 맛까지 더해져 생각 외로 느끼하지 않고 상당히 깔끔했다. (이거 은근히 중독될 거 같아!!!! 처음엔 괴식일 거라 생각해 도전했지만 생각 외로 뛰어난 맛에 홀딱 반해버렸…)
글·사진 이글루스 블로거 AKB_OTK
|
||||||
오늘의 괴식 음료는 바로~ 이집트의 음료인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가운데 있는 바로 그놈!!! 그렇다, 콜라 맛 음료다. 처음 봤을 때 ‘콜라 맛’이란 말에 개념이 서질 않았다. 콜라면 콜라지 콜라 맛은 또 뭐냐? (펩시? 코크? 아니면 다른 거?) 글쎄. 거두절미하고 아무튼 콜라 맛 음료다. 이 음료들은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들어져 온다. 빨대 꽂고 한 모금 빨아본다. 한 모금 쭉~ 빤다. …음…이 콜라맛 음료는 마치 김 다 빠진 콜라를 그냥 넣어놓은 맛이었다. 김 빠진 콜라 특유의 밍밍함에 끝 맛을 괴롭히는 이상야릇한 단맛도 있었다. 콜라에 탄산만 빼놓은 물건이라고나 할까? 콜라 한 캔 따 놓은 다음 하루 지나서 마시면 똑같은 맛이 날는지? 아…입맛 버렸다… 쩝.
'기타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연아의 경기 일정~!!! 벤쿠버올림픽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 일정~!! (0) | 2010.02.15 |
---|---|
김연아, NYT 일요스포츠 1면 또 장식 (0) | 2010.02.15 |
SBS, 한국선수 소개때 일장기 표시 (0) | 2010.02.15 |
미녀 경찰관 등장, 중국 네티즌 “날 체포해달라” 소동 (0) | 2010.02.12 |
눈 앞 ‘여학생 폭력’에도 팔짱 경비원 빈축 (0) | 2010.02.12 |